즐겨찾기 모바일모드
서울 서울
회원가입
> 국내축제뉴스 > 게시글 상세보기
국내축제뉴스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강릉은 언제나 푸름 - 제2회 강릉국제영화제  |  국내축제뉴스 2020-12-23 15:10:17
작성자  페스티벌올&트래블 조회  589   |   추천  35

강릉은 언제나 푸름

제2회 강릉국제영화제


 

그날의 강릉은 맑았다. 하늘도 마치 축제날을 아는 듯, 강릉 바다를 닮은 시원한 바람과 기분 좋게 따스한 햇살이 강릉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KTX 강릉선이 뚫려 2시간밖에 걸리지 않은 여행길이 결코 지루하지 않았던 것은 설렘이 주는 선물이었다. 선뜻 어딘가로 떠나기가 망설여지는 요즘이라 이 설렘이 낯설기도 했다. 그러나 푸르른 강릉은 이 설렘에서 낯섦을 잡아먹었다. 강릉국제영화제에는 비로소 설렘만이 남았다.
영화제를 즐기러 온 이들은 하나같이 기대에 찬 얼굴로 영화관에 들어섰다. 마스크로 얼굴을 반쯤 가렸음에도 들뜬 마음이 온전히 전해진 것은 모두가 한마음으로 강릉국제영화제를 응원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축제가 귀한 지금 같은 때에 모두와 같이 발도장을 찍으니 뭉클한 마음이 내게 안겨왔다.

edit Song Juyoung

 

 

 

동백의 꽃말은 ‘진실한 사랑’

때로 진심은 말하지 않아도 전해진다. 영화 <동백정원>도 진심을 전하기 위해 구태여 설명을 덧붙이지 않는다. 정원 연못의 금붕어를 바라 보는 손녀와 그 손녀를 눈빛으로 담는 할머니의 모습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손녀의 부모님은 어디 가고 이 둘이 같이 사는 이유는 알 수 없다. 다만 할머니의 시선에서 그것을 유추할 뿐이다. 그녀의 시선에는 안쓰러움과 애정이 공존하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한 불안도 담겨있다.

바다가 보이는 아름다운 집. 그리고 곱게 가꿔진 동백 정원이 할머니가 얼마나 이 집을 아끼는지 말해준다. 타지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 일본어에 서투른 손녀는 학교에 다녀오고 나면 하루의 남은 시간을 온전히 할머니와 함께 보낸다. 같은 공간에서 각자 다르게 흘러가는 시간 동안 서로는 애틋함을 나눈다. 시간이
갈수록 깊어지는 애틋함과 함께 위기도 찾아온다.
할머니의 병세는 점점 악화되고, 집은 곧 낯선이에게 팔릴 예정이다. 병은 죽음을 몰고 올 기세지만 할머니는 이것을 굳이 막지 않는다. 가을이 되면 낙엽이 지고 겨울이 되면 눈이 오는 것과 같이 할머니는 자신의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인다.
그러나 어린 손녀에게 또다시 찾아온 타인의 죽음은 감내하기 어려운 일이다. 혼란스러운 손녀에게 할머니는 마당에 떨어진 낙엽을 쓸어달라 부탁한다. 이것마저 거부하는 손녀에게 호통을 치는 대신, 자신이 가만히 빗자루를 들고 비질을 시작한다. 아무렇지 않게 이어가는 일상에 손녀도 잠잠히 깨달음을 얻는다. 할머니의 죽음은 피할 수 없지만 자신을 향한 그녀의 사랑은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날도 손녀는 다름없이 마당에서 비질을 한다. 이제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할 일을 다하는 손녀를 바라보는 할머니의 시선에는 더 이상 불안 따위는 없다. 정원에 흐드러지게 핀 동백처럼, 붉은 동백이 품은 ‘진실한 사랑’이라는 꽃말처럼, 오로지 사랑만이 그 안에 있다.

 

 

 

강릉포럼, 영화제의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영화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논하는 강릉포럼이 강릉국제영화제 둘째 날 아침을 열었다. 영화제 및 언론 관계자 약 80여 명이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킨 가운데 자리에 임했으며, 영상과 오프라인 토론이 합쳐진 온택트 방식으로 진행됐다.
김동호 강릉국제영화제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국내외 집행위원장이 다 같이 모여서 경험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외국의 집행위원장들이 강릉을 찾지 못하게 되어 부득이하게 영상으로 준비했다”며 온택트로 개최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이어 피어스 핸들링 전 토론토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의 기조연설과 10인의 해외 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들로 구성된 해외패널의 영상으로 1부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피어스 핸들링은 “코로나19로 인해 가속화된 디지털 세계의 변화가 영화제에 어떤 의미가 될지, 어떤 면에서 중요한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후 2부에서는 김홍준 강릉국제영화제 예술감독의 진행으로 국내 영화제 집행위원장 6인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상황에서 다양한 형태로 영화제를 개최한 각 영화제 집행위원장들은 2020년 영화제의 현 상황을 공유하며 의견을 나눴다. 진행을 맡은 김홍준 예술감독은 포럼을 마무리하며 “코로나19가 야기한 지금의 상황이 미래에 대해 좀 더 치열하게 고민해 나갈 수 있는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코로나19로 불가피하게 축소 개최를 결정한 강릉국제영화제였으나 이번 강릉포럼은 이 축제가 여기에서 멈추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히는 자리였다. 10인의 해외 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과 6인의 국내 영화제 집행위원장들이 온택트로 한자리에 모인 모습으로부터 영화제의 미래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구상할 수 있었으며, 이로부터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것으로까지 나아갈 수 있었다.

 

 

 

강릉국제영화제에서만 즐길 수 있는 ‘배롱야담’ & 스페셜 토크

강릉국제영화제는 ‘문향(文鄕)’의 도시 강릉에서 축제의 장을 펼쳤다. 강릉과 강릉국제영화제의 만남은 곧 문학과 영화의 만남이다. 강릉을 상징하는 ‘배롱꽃(백일홍)’에서 뜻과 이름을 담아온 토크 프로그램 ‘배롱야담’이 둘의 만남을 주선했다.

올해 배롱야담은 축제 기간 3일 내내 각기 다른 주제로 진행됐다. 첫째 날은 영화 <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 2>의 오멸 감독과 그래픽 노블 ‘지슬’을 그린 김금숙 그림작가를 초청해 제주 4.3 사건을 다뤘다. 둘째 날은 ‘한국근대영화사’를 공동 집필한 정종화 한국영상자료원 선임연구원과 한상언 한상언영화연구소 대
표를 초청해 근대 조선영화를 탐구했다. 셋째 날은 강릉의 대표작가인 윤후명 작가와 서영은 작가를 초청해 ‘문학, 영화 그리고 강릉-사랑에 관한 짧은 대화’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축제 마지막 날인 11월 7일에는 배롱야담과 더불어 '영화와 문학: 여성은 쓰고, 영화는 기억한다’라는 주제로 스페셜 토크가 이어졌다. 편견과 폭력 앞에 놓인 여성들의 삶을 담은 세 편의 작품을 소개한 후, 문학에서 여성 서사를 다루고 있는 세 명의 젊은 작가들을 초청하여 그들의 시선으로 작품과 여성의 삶을 조명했다.

 

 

 

영화제의 미래를 생각하는 영화제

3일 동안 강릉국제영화제와 함께 하며 이 영화제와 강릉은 서로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잔잔하지만 결코 가라앉지 않은 분위기가 사람에게 울림을 준다.
특히 개막작 <동백정원>을 보며 이것을 확실히 느꼈다. 말하지 않고도 진심을 전달했던 이 영화처럼, 강릉국제영화제도 많은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 거추장스러운 허례허식과 불필요한 미사여구는 과감히 배제할 줄 아는 용기를 보였다.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그렇게 한 것이 아니냐고? 적어도 필자의 눈에는 강릉국제영화제는 ‘적당함’을 아는 것처럼 보였다. 적당하게 균형을 이루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많은 사람들이 아는 사실이다.
개막작 <동백정원> 상영회, 영화제의 미래에 대해 고민했던 ‘강릉포럼’, 소규모의 인원이지만 깊은 이야기가 오고 갔던 ‘배롱야담’, 그리고 여성과 삶에 대해 고찰했던 ‘스페셜 토크’까지. 어느 것 하나 빈 시간을 채우기 위해 억지로 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과함에서 오는 부담스러움은 사람으로 하여금 다음 번을 기약할 수 없게 만든다는 사실을 아는 강릉국제영화제가 고마웠다.
축제가 가진 힘은 실로 놀랍다. “영화나 보러 가자”며 쉽게 말했던 일상도 축제에 참가한다고 하면 세상이 달리 보인다. 색다른 일상 속, 강릉국제영화제가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며 함께 새로운 희망을 품어본다. 해가 뜨기 전이 가장 어두운 법이라고 한다. 곧 뜨는 해와 함께 언제나 푸르른 강릉에서 강릉국제영화제는 희망의 푸른 빛을 더욱 발할 것이다.

비밀번호 패스워드를 입력하세요.
도배방지키  60563397 보이는 도배방지키를 입력하세요.
추천
수정 삭제 목록